2014. 3. 9. 03:30

1.
웅성거리는 소란에 의식이 부상한다. 션은 이불을 뒤집어 썼지만, 오늘이 바로 자신의 생일임을 깨달았다. 분명, 교수님은 대단한 선물을 준비해준다고 했다.
션은 벌떡 일어나, 씻지도 않고 주방으로 달려갔다.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이미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늦잠을 잔 것에 굴하지 않고 션은 씩씩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좋은 아침!!"
"..."
"..."
"..."
"...좋은 아침 이구나. 션."
"분위기가 왜이렇게 구려요?"
션은 인상을 찌부렸다. 하지만 아침 상차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게 차려진 요리에, 금세 얼굴이 환해졌다.
"오늘 이게 다 뭐래요? 제 생일을 축하하려고 성이라도 팔고 파티하기로 한거에요, 찰스?"
말없이 고기를 뜯던 알렉스가 물었다.
"너, 생일이었어?"
"무슨 소리야! 그럼 오늘이 내 생일이지 누구 생일인데! 뭐야, 그럼 이 산더미 같은 식사는 뭔데!!"
"음, 음, 일단, 생일 축하한다, 션."
"..교수님도 모르셨던 거에요?"
너무해, 션은 우울했지만, 어쨌건 식탁에 넘쳐흐르는 미식은 기쁘다. 투덜거리면서도 션은 자리를 잡고 앉아, 게걸스럽게 음식을 해치우기 시작했다. 거의 바닥을 긁게 될 때쯤에서야 션은 닭고기를 채 씹지도 않은 채로 교수에게 물었다.
"근데, 이게 진짜 다 뭐래요?" 
어쩐지 아무도 대답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2.
행크는 최근, 교수님이 좀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소포가 날아온다. 어마어마하게 날아온다.
물론 찰스는 교수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많은 우편물을 받곤 한다. 그런데 발신국이 심하게 다양하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때론 말도 안되는 변방의 국가에서 까지 날아오는 것이다.
연구와 관련된 샘플이라고 찰스가 둘러댔지만, 행크는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날아온 숄이 찰스의 유전학 연구와 연관있을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고 생각했다. 
원래도 찰스가 걸치고 있는 것들은 제법 가격이 대단했지만, 지금의 찰스는 레벨을 10단계 정도 더 높인것 같았다. 일단, 남자가 할 수 있는 악세사리 류는 거의 전 종류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본적 없는 물건에 찰스의 취향과 통일성도 없었다. 
펜, 시계, 넥타이, 커프스핀. 차고에 차가 5대가 늘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수다쟁이 션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교수님."
"왜, 행크?"
"프라이버시에 관련된 것을 여쭤봐도 될까요?"
"물론이지. 어떤 건데?"
"교수님 설마 쇼핑 중독이세요?"
"...오해야. 다 선물 받은 거야."
교수는 쓴 웃음을 지었다. 별일 아니라며 교수가 자리를 뜨는 순간, 행크는 신음했다. 맙소사. 휠체어 마저 신상이라니. 



3.
알렉스는 새벽마다 자비에 성을 돈다. 행크가 만들고 있는 새 슈트는, 기능만큼이나 무게도 향상되었다.
행크가 경량화에 성공할 거라며 호언장담했지만, 일단 자신의 체력과 근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어떤 것보다도 좋은 대처법이다. 알렉스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만만치 않은 마라톤이지만 심심하진 않았다. 왜냐하면...
장미.
해바라기. 바람꽃. 백합.
금잔화. 베고니아. 메리골드. 나팔꽃, 복수초.
코스모스? 계절을 넘어서도 정도가 있지.  저건...아카시아? 아예 꽃 나무를 통채로 옮겨 심었구나.

최근 자비에 성에는, 무수한 꽃다발과 화분이 매일 배달되고 있었다. 

 

 

4.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찰스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자신의 금전감각도 보통은 아니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이 선물 공세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일 이다. 
어떤 영화가 재미있겠다고 말했더니 극장 한관이 일주일동안 통째로 비워졌다.
여행이나 떠날까 했는데 비행기표에 숙소표, 식당까지 예약된 포트폴리오가 14개 날아들어왔다.
다리 치료가 더디다고 의사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다다음날 다른 병원의 의사가 비행기를 타고 자비에 성으로 날아와 진료를 봐줬다.
불안하다. 어디 있는지 메세지라도 남길 수 있다면 이제 이런 것좀 그만 하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
"교수님...!!"
"왜, 이번엔 또 뭔데."
"교수님, 오늘자 신문 광고 보셨어요?!!!! 모든 광고가 [친애하는 찰스에게] 달랑 한문장이에요!!!"
- 신이시여! 
찰스는 그만 울고 싶어 졌다.


5.
그 시각 매그니토는 브라더 후드의 다음 일정에 관해 보고를 받던 중이었다. 정확하고, 위험부담 낮고, 효과는 확실한 것. 고개짓으로 작전을 허가한다.
어둠속에 사라지는 인원들을 확인 하자마자 매그니토는 재빨리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아자젤과 엠마도 따라 나섰다.
"나도 데려가."
"미스틱."
"어머, 보는 눈 없는 꼬마 숙녀는 집이나 지키는게 어떨런지?"
엠마의 장난스런 도발에도 넘어가지 않고, 미스틱은 어깨를 으쓱, 했다.
"이 중 선물받는 사람 취향을 나보다 잘 아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매그니토는 한숨을 쉬며, 미스틱에게 손짓했다."...따라와." - 유황연기와 함께 넷은 사라졌다.


6.
오늘 노리는 것은, 부피대비 최대의 가치를 자랑하는 탄소 덩어리 였다. 저거 진짜야? 다이아 몬드가 저렇게 커질 수가 있어? 촌스럽긴. 넌 내 몸을 보고도 구별도 못하냐.여자들이 캣파이트를 하며 싸우는 동안 매그니토는 거진 주먹만한 광물을 노려봤다. 저것이다. 저게 바로 최상이다.
"아자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낙찰받어."
저걸 왜 사는데! 미스틱은 매그니토의 패기어린 발언에 바로 반박했다.
"필요없어 저런 것!! 찰스는 저런 보석은 별로 안좋아한다니까!!"
"좀 가만히 있을래? 니 돈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너 준다는 것도 아닌데 왜이렇게 시끄러우실까."
엠마또한 화려한 돌의 마력에 심하게 흥분한 것 같았다.
"우리 오빠 거지 아니라고!!"
"아니니까 저런 걸 줘야하지 않겠나."
에릭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미스틱은 자신이 대체 자비에 성의 방이 몇개인지 아직도 파악할수 없었다. (아마 찰스도 모를 거다.) 부자를 넘어서 대 부호가 어울리는 찰스에게, 엔간한 규모의 선물로는 전혀 부담이 될 수조차 없는 것이다. 그래도 장담컨데 불쌍한 자신의 오빠는 이미 허용량을 넘은 상태일게 분명했다.
"대체 너무 심하잖아! 음식에 꽃에 여행에 영화에.. 돈이 아까워!! 아니 그럴거면 차라리 땅을 사줘!!"
"네 말에 반박하지. 첫째, 난 찰스에게 쓰는 돈이 아깝지 않아. 둘째, 이미 사줬어."
"아, 그래... 가 아니라, 대체 
무슨 남자친구끼리 선물질이야 당신 우리 오빠랑 있었을 때 무슨 돈때문에 자존심 죽은 적 있었어?! 복수야? 복수냐고!"
포인트를 잘못 짚는군. 과연, 연애경험 없는 아가씨구나. 아자젤은 세 사람의 대화에 끼지 않고 묵묵히 낙찰금액을 적어 올리고 있었다.
"네-!! 더 없으신지!!....37번, 37번!!! 1억, 더 없으십니까?"
"1억 2천."
장내는 순간 쥐죽은 듯 조용해 졌다. 
에릭은 자신만만하게 한마디를 더 붙였다.

"모두 현찰로."
 



7.
매그니토는 후후후, 하며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아자젤은 자신이 할 말은 아니지만 매그니토가 웃는게 정말 나쁜 놈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외의 것들은 준비됬나."
"네. 호텔,연주자,인테리어,불꽃놀이,와인까지 완벽하게 세팅되었습니다."
매그니토는 다시 한번 최고급 벨벳으로 싸여진 케이스를 열어보았다. 글귀를 확인하고,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엠마가 방문을 벌컥, 열었다.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엑스맨쪽이 반응을 보였습니다!!"
"무엇인가!!"
"To Sharks, 2일후 이곳으로.라는 메세지를 모든 언론에 제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매그니토는 낮게 탄식했다. 과연 찰스 자비에. 대담한 도발이 만족스럽다.
"그런데, 상어라니 무슨 말이죠?"
"글쎄."
메그니토는 시치미를 뗐다. 바로 매그니토는 아자젤에게 단호히 명령했다.
"결전의 날을 앞당긴다. 일단 옮길 수 있는 건 모두 자비에 성으로."
"...네."
그날 아자젤은 거의 밤을 새서 호텔의 세팅된 인테리어를 자비에 성으로 옮겼다.  



8.
신문을 본 찰스가 폭발해서 세간의 모든 광고를 사들인 다 다음날,  
엑스맨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분명 어제만 해도 정원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 식탁과 휘황찬란한 장식들과 왜인지 부산스럽게 튜닝을 하고 있는 연주자들은 뭐란 말인가? 자신들의 감시를 피해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뮤턴트는 단 한명밖에 없었다.
"..아자젤인가."
비스트가 으르렁 거렸다. 그때였다. 온다, 붉은 연기가 작은 파열음과 함께 퍼져나갔다.
찰스를 포함한 엑스맨들은 태세를 갖췄다.비장한 엑스맨의 앞에 소동의 중심, 매그니토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릭."
몇 개월만의 만남에 찰스는 탄식하듯 그를 불렀다.
"
보낸 것들은 마음에 들었나." 
적들은 사상 최강의 테러리스트. 경계를 풀지 않으며 찰스는 조용히 대답했다.
"멋진 선물, 고마워. 호의에 감사하지만..이제 됬어. 더 이상 그런 것들은 보내지 않아도 되."
옆에서 행크도 거들었다.
"맞아요, 교수님도 부족한 거 없이 사시는 분이에요! 그런 선물들로 환심을 사려 하지 말아요!!" 
매그니토는 그저 눈썹을 실룩일 뿐이었다. 매그니토는 입을 열었다.
"이해가 안되는군. 그만 두라니. 내가 하는 일 중에 그나마 이것이 가장 찰스 너의 취향과 부합했을 텐데."
그건 사실이었다. 에릭이 사람을 죽이는 것보단 자신에게 선물을 떠넘기는 것이 나았다.
"고마웠지만, 지나쳐. 기쁘지 않아."
"네가 기쁘라고 한게 아니니까."
자기 만족임을 숨기지 않으며 매그니토는 웃었다. 어쨌건 찰스는 재미없는 꼬맹이들에 싸여 있다. 매그니토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자네가 나에게 오라고 한 이유는 자네의 말을 들어주길 원해서인가."
"맞아."
"내가 네 말을 들을 필요는 없지." 
적진 한가운데 임에도 매그니토는 성큼 성큼 찰스에게 걸어갔다. 으르렁 거리며 알렉스가 그 앞을 막아섰지만, 교수가 부드럽게 제지했다. 
매그니토가 손으로 딱, 하는 소리를 내자, 연주자들은 유유히 세레나데를 연주하기 시각했다. 그리고 매그니토는 몸을 낮춰, 찰스와 눈을 맞췄다.
찰스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여러번 깜빡였다. 이상했다. 그저 눈높이가 달라졌을 뿐인데 지금의 매그니토는, 예전의 에릭처럼 보였다.
 
"예상과 달라졌지만, 어쨌건 네것이다."
찰스는 자신도 모르게 에릭이 내민 상자를 받아들였다.
"가자."
매그니토는 수천달러의 호텔 인테리어와, 임금을 뒤로 한채 그대로 사라졌다.



9.
그날 밤 자비에 성 에서는 회의가 열렸다. 전원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이다. 
인원은 제법 모였는데, 아무도 말을 열지 않았다.
존경받는 교수가 동성에게 압사당하기 직전까지 구애받는다는 것을 대체 어떻게 입밖으로 내놓는단 말인가. 
흠, 흠, 모여주신 여러분 감사드려요.. 웅얼거리면서 행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교수님."
"응?"
"그...역시 에릭과"
"무엇을 상상하는지 알것 같은데, 아냐."
"...아, 의외네요. 전 이 상황에서 당연히."
크흠, 하고 센스있게 알렉스가 기침했다. 찰스는 고마워서 눈물이 날것 같았다. 이 순간 만큼은 알렉스가 자신의 히어로였다.
"어쨌건 지금 상황이, 어, 음..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네 말에 동의해."
울컥해서 자신도 광고를 산 것이 부자연스럽게 보였을게 틀림 없다. 지금 상황은, 정부측에서 본다면 에릭과 찰스가 내통한다는 의심을 사기에도 충분했다.
또한 학생들의 풍기도 어지럽혀 지고 있다. 교수님랑 매그니토가 사실은 수근수근으로 이어지는 스캔들이 여학생들 사이에서 대 유행을 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떤 작전을 세워야 하나? 세운다고 해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뱅글뱅글 도돌이표 같은 대화가 끝없이 이어졌다. 새벽 한시가 되서야 소득없이 회의는 끝났다. 
션은 약혼예물 받으신거 축하해요, 라고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10.
하루가 길다.
찰스는 하루를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대체 에릭은 어째서 이러는 걸까.
문득 넘겨받은 예물이 떠올랐다. 
찰스는 화려한 벨벳의 상자를 열었다. 말도 안되는 사이즈의 다이아몬드 위에 섬세하게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 [마음을, 너에게.]

"차라리 고백을 해.."

찰스는 한숨을 쉬며 차가운 보석에 입을 맞췄다. -END-










교수님 그거 고백 맞..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Posted by Karin(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