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4.03.09 [엑스맨/에릭찰스] 첫고백 1
  2. 2014.03.09 [엑스맨/에찰] 납치
  3. 2014.03.09 [엑퍼클/에찰] 사랑이야기를 쓰지 못하는 에릭
2014. 3. 9. 03:30

1.
웅성거리는 소란에 의식이 부상한다. 션은 이불을 뒤집어 썼지만, 오늘이 바로 자신의 생일임을 깨달았다. 분명, 교수님은 대단한 선물을 준비해준다고 했다.
션은 벌떡 일어나, 씻지도 않고 주방으로 달려갔다.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이미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늦잠을 잔 것에 굴하지 않고 션은 씩씩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좋은 아침!!"
"..."
"..."
"..."
"...좋은 아침 이구나. 션."
"분위기가 왜이렇게 구려요?"
션은 인상을 찌부렸다. 하지만 아침 상차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게 차려진 요리에, 금세 얼굴이 환해졌다.
"오늘 이게 다 뭐래요? 제 생일을 축하하려고 성이라도 팔고 파티하기로 한거에요, 찰스?"
말없이 고기를 뜯던 알렉스가 물었다.
"너, 생일이었어?"
"무슨 소리야! 그럼 오늘이 내 생일이지 누구 생일인데! 뭐야, 그럼 이 산더미 같은 식사는 뭔데!!"
"음, 음, 일단, 생일 축하한다, 션."
"..교수님도 모르셨던 거에요?"
너무해, 션은 우울했지만, 어쨌건 식탁에 넘쳐흐르는 미식은 기쁘다. 투덜거리면서도 션은 자리를 잡고 앉아, 게걸스럽게 음식을 해치우기 시작했다. 거의 바닥을 긁게 될 때쯤에서야 션은 닭고기를 채 씹지도 않은 채로 교수에게 물었다.
"근데, 이게 진짜 다 뭐래요?" 
어쩐지 아무도 대답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2.
행크는 최근, 교수님이 좀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소포가 날아온다. 어마어마하게 날아온다.
물론 찰스는 교수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많은 우편물을 받곤 한다. 그런데 발신국이 심하게 다양하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때론 말도 안되는 변방의 국가에서 까지 날아오는 것이다.
연구와 관련된 샘플이라고 찰스가 둘러댔지만, 행크는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날아온 숄이 찰스의 유전학 연구와 연관있을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고 생각했다. 
원래도 찰스가 걸치고 있는 것들은 제법 가격이 대단했지만, 지금의 찰스는 레벨을 10단계 정도 더 높인것 같았다. 일단, 남자가 할 수 있는 악세사리 류는 거의 전 종류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본적 없는 물건에 찰스의 취향과 통일성도 없었다. 
펜, 시계, 넥타이, 커프스핀. 차고에 차가 5대가 늘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수다쟁이 션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교수님."
"왜, 행크?"
"프라이버시에 관련된 것을 여쭤봐도 될까요?"
"물론이지. 어떤 건데?"
"교수님 설마 쇼핑 중독이세요?"
"...오해야. 다 선물 받은 거야."
교수는 쓴 웃음을 지었다. 별일 아니라며 교수가 자리를 뜨는 순간, 행크는 신음했다. 맙소사. 휠체어 마저 신상이라니. 



3.
알렉스는 새벽마다 자비에 성을 돈다. 행크가 만들고 있는 새 슈트는, 기능만큼이나 무게도 향상되었다.
행크가 경량화에 성공할 거라며 호언장담했지만, 일단 자신의 체력과 근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어떤 것보다도 좋은 대처법이다. 알렉스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만만치 않은 마라톤이지만 심심하진 않았다. 왜냐하면...
장미.
해바라기. 바람꽃. 백합.
금잔화. 베고니아. 메리골드. 나팔꽃, 복수초.
코스모스? 계절을 넘어서도 정도가 있지.  저건...아카시아? 아예 꽃 나무를 통채로 옮겨 심었구나.

최근 자비에 성에는, 무수한 꽃다발과 화분이 매일 배달되고 있었다. 

 

 

4.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찰스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자신의 금전감각도 보통은 아니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이 선물 공세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일 이다. 
어떤 영화가 재미있겠다고 말했더니 극장 한관이 일주일동안 통째로 비워졌다.
여행이나 떠날까 했는데 비행기표에 숙소표, 식당까지 예약된 포트폴리오가 14개 날아들어왔다.
다리 치료가 더디다고 의사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다다음날 다른 병원의 의사가 비행기를 타고 자비에 성으로 날아와 진료를 봐줬다.
불안하다. 어디 있는지 메세지라도 남길 수 있다면 이제 이런 것좀 그만 하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
"교수님...!!"
"왜, 이번엔 또 뭔데."
"교수님, 오늘자 신문 광고 보셨어요?!!!! 모든 광고가 [친애하는 찰스에게] 달랑 한문장이에요!!!"
- 신이시여! 
찰스는 그만 울고 싶어 졌다.


5.
그 시각 매그니토는 브라더 후드의 다음 일정에 관해 보고를 받던 중이었다. 정확하고, 위험부담 낮고, 효과는 확실한 것. 고개짓으로 작전을 허가한다.
어둠속에 사라지는 인원들을 확인 하자마자 매그니토는 재빨리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아자젤과 엠마도 따라 나섰다.
"나도 데려가."
"미스틱."
"어머, 보는 눈 없는 꼬마 숙녀는 집이나 지키는게 어떨런지?"
엠마의 장난스런 도발에도 넘어가지 않고, 미스틱은 어깨를 으쓱, 했다.
"이 중 선물받는 사람 취향을 나보다 잘 아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매그니토는 한숨을 쉬며, 미스틱에게 손짓했다."...따라와." - 유황연기와 함께 넷은 사라졌다.


6.
오늘 노리는 것은, 부피대비 최대의 가치를 자랑하는 탄소 덩어리 였다. 저거 진짜야? 다이아 몬드가 저렇게 커질 수가 있어? 촌스럽긴. 넌 내 몸을 보고도 구별도 못하냐.여자들이 캣파이트를 하며 싸우는 동안 매그니토는 거진 주먹만한 광물을 노려봤다. 저것이다. 저게 바로 최상이다.
"아자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낙찰받어."
저걸 왜 사는데! 미스틱은 매그니토의 패기어린 발언에 바로 반박했다.
"필요없어 저런 것!! 찰스는 저런 보석은 별로 안좋아한다니까!!"
"좀 가만히 있을래? 니 돈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너 준다는 것도 아닌데 왜이렇게 시끄러우실까."
엠마또한 화려한 돌의 마력에 심하게 흥분한 것 같았다.
"우리 오빠 거지 아니라고!!"
"아니니까 저런 걸 줘야하지 않겠나."
에릭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미스틱은 자신이 대체 자비에 성의 방이 몇개인지 아직도 파악할수 없었다. (아마 찰스도 모를 거다.) 부자를 넘어서 대 부호가 어울리는 찰스에게, 엔간한 규모의 선물로는 전혀 부담이 될 수조차 없는 것이다. 그래도 장담컨데 불쌍한 자신의 오빠는 이미 허용량을 넘은 상태일게 분명했다.
"대체 너무 심하잖아! 음식에 꽃에 여행에 영화에.. 돈이 아까워!! 아니 그럴거면 차라리 땅을 사줘!!"
"네 말에 반박하지. 첫째, 난 찰스에게 쓰는 돈이 아깝지 않아. 둘째, 이미 사줬어."
"아, 그래... 가 아니라, 대체 
무슨 남자친구끼리 선물질이야 당신 우리 오빠랑 있었을 때 무슨 돈때문에 자존심 죽은 적 있었어?! 복수야? 복수냐고!"
포인트를 잘못 짚는군. 과연, 연애경험 없는 아가씨구나. 아자젤은 세 사람의 대화에 끼지 않고 묵묵히 낙찰금액을 적어 올리고 있었다.
"네-!! 더 없으신지!!....37번, 37번!!! 1억, 더 없으십니까?"
"1억 2천."
장내는 순간 쥐죽은 듯 조용해 졌다. 
에릭은 자신만만하게 한마디를 더 붙였다.

"모두 현찰로."
 



7.
매그니토는 후후후, 하며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아자젤은 자신이 할 말은 아니지만 매그니토가 웃는게 정말 나쁜 놈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외의 것들은 준비됬나."
"네. 호텔,연주자,인테리어,불꽃놀이,와인까지 완벽하게 세팅되었습니다."
매그니토는 다시 한번 최고급 벨벳으로 싸여진 케이스를 열어보았다. 글귀를 확인하고,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엠마가 방문을 벌컥, 열었다.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엑스맨쪽이 반응을 보였습니다!!"
"무엇인가!!"
"To Sharks, 2일후 이곳으로.라는 메세지를 모든 언론에 제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매그니토는 낮게 탄식했다. 과연 찰스 자비에. 대담한 도발이 만족스럽다.
"그런데, 상어라니 무슨 말이죠?"
"글쎄."
메그니토는 시치미를 뗐다. 바로 매그니토는 아자젤에게 단호히 명령했다.
"결전의 날을 앞당긴다. 일단 옮길 수 있는 건 모두 자비에 성으로."
"...네."
그날 아자젤은 거의 밤을 새서 호텔의 세팅된 인테리어를 자비에 성으로 옮겼다.  



8.
신문을 본 찰스가 폭발해서 세간의 모든 광고를 사들인 다 다음날,  
엑스맨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분명 어제만 해도 정원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 식탁과 휘황찬란한 장식들과 왜인지 부산스럽게 튜닝을 하고 있는 연주자들은 뭐란 말인가? 자신들의 감시를 피해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뮤턴트는 단 한명밖에 없었다.
"..아자젤인가."
비스트가 으르렁 거렸다. 그때였다. 온다, 붉은 연기가 작은 파열음과 함께 퍼져나갔다.
찰스를 포함한 엑스맨들은 태세를 갖췄다.비장한 엑스맨의 앞에 소동의 중심, 매그니토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릭."
몇 개월만의 만남에 찰스는 탄식하듯 그를 불렀다.
"
보낸 것들은 마음에 들었나." 
적들은 사상 최강의 테러리스트. 경계를 풀지 않으며 찰스는 조용히 대답했다.
"멋진 선물, 고마워. 호의에 감사하지만..이제 됬어. 더 이상 그런 것들은 보내지 않아도 되."
옆에서 행크도 거들었다.
"맞아요, 교수님도 부족한 거 없이 사시는 분이에요! 그런 선물들로 환심을 사려 하지 말아요!!" 
매그니토는 그저 눈썹을 실룩일 뿐이었다. 매그니토는 입을 열었다.
"이해가 안되는군. 그만 두라니. 내가 하는 일 중에 그나마 이것이 가장 찰스 너의 취향과 부합했을 텐데."
그건 사실이었다. 에릭이 사람을 죽이는 것보단 자신에게 선물을 떠넘기는 것이 나았다.
"고마웠지만, 지나쳐. 기쁘지 않아."
"네가 기쁘라고 한게 아니니까."
자기 만족임을 숨기지 않으며 매그니토는 웃었다. 어쨌건 찰스는 재미없는 꼬맹이들에 싸여 있다. 매그니토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자네가 나에게 오라고 한 이유는 자네의 말을 들어주길 원해서인가."
"맞아."
"내가 네 말을 들을 필요는 없지." 
적진 한가운데 임에도 매그니토는 성큼 성큼 찰스에게 걸어갔다. 으르렁 거리며 알렉스가 그 앞을 막아섰지만, 교수가 부드럽게 제지했다. 
매그니토가 손으로 딱, 하는 소리를 내자, 연주자들은 유유히 세레나데를 연주하기 시각했다. 그리고 매그니토는 몸을 낮춰, 찰스와 눈을 맞췄다.
찰스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여러번 깜빡였다. 이상했다. 그저 눈높이가 달라졌을 뿐인데 지금의 매그니토는, 예전의 에릭처럼 보였다.
 
"예상과 달라졌지만, 어쨌건 네것이다."
찰스는 자신도 모르게 에릭이 내민 상자를 받아들였다.
"가자."
매그니토는 수천달러의 호텔 인테리어와, 임금을 뒤로 한채 그대로 사라졌다.



9.
그날 밤 자비에 성 에서는 회의가 열렸다. 전원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이다. 
인원은 제법 모였는데, 아무도 말을 열지 않았다.
존경받는 교수가 동성에게 압사당하기 직전까지 구애받는다는 것을 대체 어떻게 입밖으로 내놓는단 말인가. 
흠, 흠, 모여주신 여러분 감사드려요.. 웅얼거리면서 행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교수님."
"응?"
"그...역시 에릭과"
"무엇을 상상하는지 알것 같은데, 아냐."
"...아, 의외네요. 전 이 상황에서 당연히."
크흠, 하고 센스있게 알렉스가 기침했다. 찰스는 고마워서 눈물이 날것 같았다. 이 순간 만큼은 알렉스가 자신의 히어로였다.
"어쨌건 지금 상황이, 어, 음..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네 말에 동의해."
울컥해서 자신도 광고를 산 것이 부자연스럽게 보였을게 틀림 없다. 지금 상황은, 정부측에서 본다면 에릭과 찰스가 내통한다는 의심을 사기에도 충분했다.
또한 학생들의 풍기도 어지럽혀 지고 있다. 교수님랑 매그니토가 사실은 수근수근으로 이어지는 스캔들이 여학생들 사이에서 대 유행을 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떤 작전을 세워야 하나? 세운다고 해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뱅글뱅글 도돌이표 같은 대화가 끝없이 이어졌다. 새벽 한시가 되서야 소득없이 회의는 끝났다. 
션은 약혼예물 받으신거 축하해요, 라고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10.
하루가 길다.
찰스는 하루를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대체 에릭은 어째서 이러는 걸까.
문득 넘겨받은 예물이 떠올랐다. 
찰스는 화려한 벨벳의 상자를 열었다. 말도 안되는 사이즈의 다이아몬드 위에 섬세하게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 [마음을, 너에게.]

"차라리 고백을 해.."

찰스는 한숨을 쉬며 차가운 보석에 입을 맞췄다. -END-










교수님 그거 고백 맞..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Posted by Karin(카린)
2014. 3. 9. 03:29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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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3. 9. 02:57

에릭 렌셔는 매우 매니악한 취향의 소설가였다. 에릭이 묘사하는 캐릭터들은 독창적이었고, 에릭은 심리묘사에 탁월한 재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에릭은 데뷔를 하지 못했다. 에릭은 남이 생각해볼 법한 설정이나 스토리를 강박적으로 싫어했다. 분명 창작을 하는 사람에게는 중요한 재능이지만, 유행할만한 요소를 전혀 차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중작가로 팔리긴 불가능에 가까웠다.


실의에 빠진 에릭은 존경하던 선배 작가가 출판사 사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에릭은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선배를 찾아갔다. 평소 에릭을 눈여겨 보고 있던 선배 작가는 에릭의 원고를 보자마자 에릭의 장점과 단점이 그 옛날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릭의 재능은 아까웠다. 선배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에릭에게 절충선을 제시했다. 선배는 에릭에게 에릭의 데뷔를 돕고 싶지만, 현재 자신의 출판사가 자리를 잡지 못한 만큼, 일단 팔릴만한 물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배가 제시한 것은 에릭의 심리묘사를 활용한 연애소설이었다.


연애소설이라니. 싸구려도 정도가 있다. 하지만 에릭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이 기회라도 준 출판사는 이곳이 유일했다. 에릭은 울며 겨자먹기로 연애 소설을 쓰려고 노력했지만, 결과물은 형편 없었다. 에릭 렌셔는 헌신적이고 제법 괜찮은 연인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릭은 대체 왜 사람들이 사랑노래에 미치고, 사랑영화를 보고, 가상의 사랑이야기에 집착하는 것인지 전혀 알수 없었다. 물론 연애는 좋다.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에릭은 그와의 육체관계를 더 마음에 들어했다. 에릭의 연애소설은 [한눈에 반했다]가 아니라 [잠자리가 필요해서 만났다] [조금 끌려서 만나긴 했는데 몇년 만나니 시들해졌다]라는 그 자신의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에릭의 연인이 된지 아직 채 1년이 되지 않은 찰스는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찰스는 부유한 가정에서 듬뿍 사랑을 받고 자랐기에 인간의 선의와 애정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수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사랑을 주는 사람이었다. 에릭과의 연애 또한 만족하고 있었다. 찰스는 에릭이 프로작가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노력하고 있는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그의 고민은 최근 몇 년보다도 더욱 심각해 보였다.


찰스는 에릭에게 넌지시 최근 에릭이 힘들어하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에릭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에릭이 사랑이야기를 쓰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대체 어째서? 에릭은 말수가 적은 편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좋은 연인이었다. 찰스는 에릭과 사귀면서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에릭이 한눈도 팔지 않고 신사적인 사람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열정이 부족하려나. 그러나 에릭과의 잠자리가 만족스러웠기에 그 또한 큰 일은 아니었다.


어쨌건 에릭의 데뷔가 중요했기 때문에 찰스는 헌신적으로 에릭을 도와주었다. 헌신적으로 도와준다고 하여도, 에릭의 소설을 읽고 감상을 말해주었다. 찰스는 이 작업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사귈 때도 희미하고 눈치채고 있던 에릭의 인간에 대한 지독한 불신을 알게 되었다.


에릭 렌셔는 가여운 사람이었다.

찰스는 말로만 듣던 아동학대의 대상자를 처음 겪었다. 에릭의 상처는 너무나 컸고, 거진 30년을 걸쳐 세겨진 선입관은 어떤 햇살도 받아들일 틈새를 내어주지 않았다. 벽, 벽이다. 찰스는 울고, 달래고, 속삭이고, 껴안고, 모든 노력을 다 해봤다. 정신과 상담을 권유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에릭은 그 모든 것을 거절하며 찰스를 일정 이상 받아들이지도 자기 자신이 나오지도 않았다.


찰스는 에릭과 같은 공간에 있는데도 외로워져갔다. 찰스는 대체 왜 이렇게 잘난 남자의 주변에 사람이 없었는지 깨달으며 지쳐갔다. 정말로 사랑하는 한 사람 정도는 포용할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찰스의 오만이었다. 찰스는 에릭을 만나는 것에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나는 상처입은 그를 동정하는 걸까? 가끔 에릭이 찰스의 부유하고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이유로 더 내칠 때 찰스는 더 절망을 느꼈다. 그러나 에릭은 정말, 정말로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에릭은 찰스의 조언에 따라 -에릭 자신이 전혀 믿지 않는- 완벽한 사랑을 묘사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묘사에서 에릭은 자신도 모르게 미친듯이 집필했다.
소설이 완성되어 갈수록 에릭은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 어찌어찌 단편을 완성했다. 이런 사랑을 할수 있는 인간이 어디에 있나. 에릭은 모형정원같이 완벽한 스토리를 보며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을 느꼈다. 에릭은 충동적으로 맨 뒷편에 먹물로 거짓말! 이라고 휘갈겼다. 에릭은 그것을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그날 에릭은 폭음을 하다 급성 알콜중독으로 병원에 실려갔다. 


에릭이 입원해있는 동안 찰스는 에릭의 부탁으로 에릭의 집에 원고지와 몇 가지 필요한 자료를 가지러 갔다. 입원한 동안에는 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었지만, 무언가 쓰는 것이 더 안심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찰스는 에릭의 방에서 쓰레기통에 들어있던 소설을 보게되었다. 잠깐 망설였지만, 아마도 에릭을 입원시킨 결정적인 이유가 그 종이뭉치일거란 직감이 들었다.
찰스는 쓰레기통에서 거칠게 내팽겨쳐진 원고더미를 들어올린 후 한장, 한장, 원고지를 넘겼다. 분명히 평범한 사랑이야기이긴 한데 드문드문 떨리는 필체와, 불안하게 흐트러지는 에릭답지 않은 지리멸렬한 문장이 에릭의 발버둥처럼 느껴졌다. 어째서일까. 소설이 사랑스러울스록 섬세한 슬픔이 심장을 파고 들었다 .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마지막 장의 휘갈긴 낙서를 보자 서있을 수가 없어 찰스는 천천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흐르는 눈물이 펑펑 절규가 되었다. 울고 울면서, 찰스는 자신이 두 번 다시는 한 사람을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 그리고 이미 오래전에 찰스 자기 자신이 그만 텅 비어버렸음을 것을 깨달았다. 

둘은 에릭이 퇴원할 때까지 좀 더 사귀었지만, 초겨울 마지막 달려있던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처럼 조용히 헤어졌다.




 

에릭은 찰스와는 담담하게 헤어졌지만, 며칠 지나지도 않아 선배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감정을 터트렸다. 선배는 에릭이 퇴원한 후에야 연락을 받았기에 서둘려 에릭의 전화를 받았다. 이런. 에릭은 이번에도 잔뜩 취해있었다. 에릭은 선배에게 안한다 했잖아요, 그건 쓰레기에요- 부터 시작해서, 내가 쓴 사랑 이야기는 완전히 가식이다, 알지도 못하는 걸 미사여구로 꾸며놓은 사기라고 외쳤다. 자신은 영혼이 기형인 인간이라 제대로 된 사랑을 모르는 인간인데 어쩌란 말이냐며 버럭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에릭은 다음날 오후까지 자다가 간신히 일어났는데, 선배가 바로 옆에 앉아있었다. 며칠 전 입원을 한 에릭을 걱정해서 날이 밝자마자 바로 에릭의 집으로 간 것이다. 에릭은 문도 잠그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엉망이었다. 선배는 에릭에게 그렇게까지 그 소설을 쓰기 싫어하는 것인줄 몰랐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선배는 에릭이 몇번이나 건낸 원고를 떠올렸다. 그것은 출판하기엔 무언가 정말, 이상한 것이었다. 다른 글에서는 무척이나 이지적이고 어른스러운 작가가, 유독 사랑이란 주제 앞에서 불안한 어린아이처럼 변덕스럽고도 비뚠 심성을 내비쳤다. 선배는 조금 망설이다가 에릭에게 넌 믿지도 않는다는 그 사랑을 너무나도 갈망하는 것 같기도 했다고 말했다.


어쨌건 이번 일로 에릭은 의욕을 잃어 집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괜히 그 단편을 썼나 싶었다. 아니 애초에 재능도 없는데 소설을 쓰는게 아니었다. 그리고 사실은, 찰스와 괜히 헤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마 에릭의 경험으로 보건대 이번 일이 아니었어도 분명 자신의 문제 때문에 둘은 지쳐서 헤어질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했다. 에릭은 평소처럼 원나잇만 할껄 괜히 애인같은 걸 만들어서 괴롭다고 생각했다. 찰스가 그리웠지만 에릭은 막판에 찰스를 이용하기만 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에릭은 차마 찰스에게 연락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죄책감과 그리움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

시간이 지나 상처가 회복될 때 쯤, 에릭은 식료품을 사러 거리를 나갔다. 거리에는 일년 전 유행하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에릭은 문득 흘러나오는 가사가 에릭 자신과 찰스의 이야기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에릭은 간만에 책방에 들려 새로 나온 소설들을 살펴보았다. 한 소설에 나온 헤어진 커플이 에릭과 찰스의 상황과 비슷하여 너무 가슴아팠다. 에릭은 며칠 후 좋아하던 감독이 만든 영화를 보게 되었다. 평생 한 사람만 바라보지만 보답받지 못한 사랑이야기가 나왔는데, 찰스가 생각나서 더 몰입하게 되었다. 에릭은 인간이 만든 그 모든 것에서 찰스를 떠올렸다. 심지어 비문학 책을 봐도 인간관계, 인생에 대한 서술이 모두 자신과 그의 관계가 부서진 이유를 설명하는 것 만 같았다. 생활에 마주치는 모든 것이 에릭 자신과 그로 치환하여 보였다. 


에릭은 자신이 내던졌던 자신의 마지막 단편을 천천히 읽었다. 그 땐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어색했던 단어들. 뻔한 문장들이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완벽한 사랑 이야기가 거기에 있었다.




후일담1.
에릭의 소설은 경이로운 판매고를 올렸다.

후일담2.
몇 개월 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조용해 졌다. 

에릭의 집앞에 한 남자가 망설이며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에릭이 자신에게 붙인 별명과 같은 제목의 책이 들려있었다. 




여담 설정은 에릭의 소설이 경이로운 판매고를 올리게 된 것은 에릭의 소설을 원작으로 다른 매체가 만들어졌는데 그 매체가 크게 성공하고, 그 매체를 접한 사람들이 에릭의 원작 소설을 읽어보았는데 워낙 에릭이 심리묘사를 애절하게 잘 해서 오히려 초판보다 재판 이후가 더 잘 팔리게 되었습니다.


Posted by Karin(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