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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3.09 [어벤져스/스팁로키] 연서복스티브와 신입생로키
2014. 3. 9. 03:32

연서복이란 연애에 서툰 남자의 줄임말입니다 흐흐



1.

로키는 친형인 토르의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였다. 자신은 미술 전공이었기에 체대생인 형과 같은 대학을 갈 생각이 강하진 않았지만, 자신을 지도하던 선생이 자신의 화풍을 가장 잘 발전시킬 수 있는 말레키스 교수를 찾아가라며 강력하게 추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미대가 생긴지 얼마 안되서 설마 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과제의 양과 전혀 다른 발상을 요구하는 과제는 로키의 승부욕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 이번 과제까지는. 그 말레키스 교수의 이번 과제는 [인물의 품성을 반영한 인물화를 그릴 것] 이었다. 사물을 그리는 것보다 인물을 그리는 것에 컴플렉스가 있는 로키에게, 이번 과제는 가장 스트레스가 큰 작업이었다. 

"형. 날 좀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
"뭔데?"
"형 학과에 몸좋은 사람 많아?"
"나."
"...아니, 형이 몸이 좋다는 건 형의 여친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어. 이번엔 다른 모델이 필요해."
"좋았어, 어떤 모델을 찾는거지?"
"일단.. 성격이 좋은 사람이면 좋아. 예의가 있어야 하는 건 기본이고 우아한 매너가 있으면 더 바랄게 없지. 좀 바보같을 정도로 착한 사람도 괜찮지만 자기 주장과 고집은 있어야해. 술담배는 되도록 안했으면 좋겠고. 게임이나 도박 중독은 안되. 색을 밝히는 사람과 나는 맞지 않아. 아, 욕설을 하는 사람도 NG야. 애인이 없는 편이 시간을 자주 낼수 있으니 좋겠지. 하지만 섹시한 매력이 없는 모델은 그릴 가치가 없어. 그래서 키와 몸매가 모델급이면 더 좋겠어. 난 미학적으로 추한 건 자주 보고 싶지 않거든.그런데 프로는 안되. 너무 상업적인 느낌이 나는 몸은 내 취향이 아니야.  금방 구할 수 있겠지?"

결혼 상대 찾는 것보다 까다로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토르는 한 사람을 떠올릴 수 있었다. 올해 복학한 자신의 동기 스티브였다.

스티브는 토르와 학부는 같지만 학과가 다른 체육대생이었다. 가난한 시골에서 자란데다 남자들이 더글거리는 환경에서 자랐기에 여자를 다루는 법이 서툴다는 것 빼고는 제법 괜찮은 친구였다.
2학년 1학기가 끝나기 직전, 뉴스에서 불공평하게 배분되고 있는 의료자원에 대한 문제에 분개해
 과감히 1년 반학기를 휴학했다. 각종 단체에서 무임금으로 일하고, 시위에도 참가했지만 성과가 없었다고 들었다.
자퇴서를 내고 그 단체에 뼈를 묻을까 고민 했다고 들었지만 주변 사람들이 미친듯이 말린 덕에 다행히 원래 다니던 2학년으로 복학하게 되었다.

스티브는 절친한 친구인 토르가 동생을 소개시켜 주겠다며 불러낸 술자리에서, 사랑에 빠졌다. - 맙소사. 그곳에 여신이 앉아있었다. (여자가 아니었지만.)  

그 수줍은 미소와, 진지한 눈빛. 첫 만남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자신에게 로키는 "자신이 꿈꾸던 모델로서의 이상형 그 자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정중하게, 괜찮다면 자신의 모델이 되어주겠냐고 말했던 것이다.  

 

 

2.

스티브는 로키와 처음 만난 그날 무려 2년만에 처음으로 스케치북을 꺼내 미친듯이 로키를 그렸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토르의 SNS에 로키와 찍은 가족사진이 있기 때문이었다. 대략 20장 쯤 넘게 그렸을 때 스티브는 자신이 어쩌면 로키에게 반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스티브는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게이였을까 고민했지만, 동성애를 차별하는건 좋지 않기에 로키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티브는 자신이 아는 최고의 연애박사에게 SOS를 청했다. - 공대생 토니 스타크 였다.

토니는 다음과 같은 충고를 했다.
상대에 대해 잘 알아볼 것. - 스티브는 다음날 로키의 학과생 전원의 명단을 구해 1:1로 로키에 대해 물어보았다.
자주 연락할 것. - 스티브는 로키에게 하루 5번씩 전화를 걸었다.
유머감각은 필수! - 스티브는 자신이 알거나 들은 모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매 통화마다 들려주었다.
선물을 사줄 때 돈을 아끼지 말 것 - 스티브는 우연히 알게 된 로키의 생일에 핑크색 장미 백송이가 꽃힌 꽃다발과 화분을 보냈다. 


3.
로키는 이 잘생긴 스토커 때문에 정신 쇠약에 걸리기 직전이었다. 일단, 스티브는 문자를 거의 하지 않고 모든 연락을 전화로 했다.
아침엔 "잘잤어요?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한다고 들었어요. 지각하지 말아요." 점심엔 "로키 씨, 밥 먹었어요? 밥 사줄까요?" 오후엔 "지금 수업 다 끝났죠? 집까지 데려다 드릴께요." 저녁엔 "오늘 정말 고생했어요. 푹 주무세요."

같은 일이 3일째 반복되자 로키는 폭발했다. 이제 전화하지 마세요, 라고 하니 
하루 5통의 전화가 10번의 메세지로 바뀌었다. 엄청난 오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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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 일어낫어요? 오전 9:30

[여기까지 읽으셨습니다]

Steve 조은 날씨네요 ㅎ 오전 11:20 1

Steve 밥 먹엇어요? 형이 사줄까요? 오후 12:30 1

Steve 학교 끗낫어요? ㅎㅎ 오후 4:2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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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 로키씨 연락이 안되네요 ㅠㅠ 오후 9:3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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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는 마지막 메세지에 가슴이 뜨끔했다. 어쨌건 자신의 과제 때문에 모델을 하기로 한 사람에게 완전히 쌀쌀맞게 굴기도 힘들다. 

로키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답변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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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죄송해요 바빠서 ^^; 오후 11:21

Steve 닿ㅐㅇ이다>< 오후 11:22 

Steve 재미있는 얘기 해줄까요? ㅎㅎ 오후 11:24

Steve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니? 백설공주니? 아니요, 로키님이요 ㅎ 오후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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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는 핸드폰 베터리를 분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4.

사실 스티브가 스토커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다. 일단 그 스토커는 로키가 하지 말라는 일은 하지 않는다. 선물을 보내지 말랬더니 그뒤로 스티브는 자신에게 식사를 사주는 것 이외에는 자신에게 더 이상 무언갈 사주지 않았다. 전화를 하지 말랬더니 문자로 바뀌었고, 연락이 너무 잦다고 화를 내니 하루에 딱 두번으로 바뀌었다. 첫날을 제외하곤 자신의 뒤를 쫓는다거나 개인정보를 수집한다거나 몰래 사진을 모으는 짓도 하지 않는다.
(사실 토르가 SNS에 올린 사진은 모두 스티브의 핸드폰 사진 갤러리에 저장되었지만 로키가 그것을 알리 만무했다.)  

게다가 스티브의 얼굴과 몸은, 예술가 로서 정말 탐나는 소재였다. 로키는 본격적으로 과제에 들어가기 앞서 스티브에게 조심스레 노출을 부탁했다.
"과제의 내용이 인물의 내면을 반영시키는 것인데, 당신의 얼굴 뿐 아니라 몸도 보고싶어요. 상반신 뿐이긴 하지만, 괜찮을까요? 작업실은 두시간 동안 제가 빌렸으니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거에요."
스티브는 조금 얼굴을 붉혔지만, 애초에 노출이 있을수 있다는건 처음 모델을 제의받았을 때 부터 알고 있었다. 스티브는 순순히 입고 왔던 붉은 체크무늬 셔츠를 벗었다. 로키는 스티브의 상체를 보고 숨을 멈췄다. 맙소사. 입고 온 옷이 너무 끔찍해서 였는지 좋은지 알고 있었던 몸이 눈대중으로 본 것보다도 훨씬 완벽했다.  이 과제를 낸 말레키스는 천재임에 틀림 없다. 로키는 정말 인물화가 자신의 컴플렉스가 맞았는지 잊을 정도로 미친듯이 과제에 집중했다.

데셍 후, 상당히 지쳤는지 스티브는 그만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움직이지 않느라 힘드셨죠?"
"아, 네, 지난번에도 생각했지만, 모델이라는 거 정말 힘든 거네요....."
" 정말 고마워요."
"도움이 됬다니 기뻐요."
 
하하, 하고 환하게 웃는 미소가 눈부시다. 다음엔 사진을 찍어야겠다. 이렇게 해맑게 웃을수 있는 20대 남자가 몇명이나 있을까?
스티브는 들이대는 방식은 최악이지만 사실 사람도 괜찮고,  겉모습은 완벽한 자신의 이상형 그 자체였다. 로키는 이 남자라면 사귀어도 나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가슴근육을 키우길 잘했어요."

...그말 취소다.

"네?"
"오늘 괜찮았어요? 조금 오기전에, 우람한 편이 좋을까 고민해서 급하게 펌핑시켰거든요"
"저기, 굳이 주무르면서 말 하지마실래요?" 

로키는 재빨리 스티브를 쫓아냈다.


과제가 완성된 날, 로키는 처음으로 스티브에게 식사를 샀다. 원래대로라면 매번 식사를 자신이 사는게 맞았는데, 어째서인지 여자를 꼬시는것처럼 자신을 대하던 스티브 때문에 자신이 차마 식사를 내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보통 둘이 볼때면 식당은 늘 스티브가 고르곤 했는데, 로키는 대체 이렇게 옷을 못입는 남자가 어째서 이렇게 데이트 하기에 최상의 식당을 알고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스티브는 미친듯이 먹고 있었다. 밥을 사주는 상대에게 잔소리를 해도 되나 고민했지만 로키는 조용히 말했다.
"천천히 드세요."
말을 듣자 스티브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한참을 식사하지 않기에 이유를 물어봤더니 "천천히 먹으래서" 라고 대답했다.
정말이지. 로키는 어쨌건 즐거운 식사시간을 위해 대화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요즘 뭐하고 지내요?"
"운동."
더 할말이 없었다. 침묵 후 갑자기 스티브가 뜬금없는 것을 물어왔다. 
"로키씨는 연애 안해요?"
"하고 싶긴 한데, 상대가 없네요."
"그럼 혹시.."

로키는 스티브가 말하고 싶은 것을 눈치채고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전 모델이랑은 사귀지 않아요."
"왜요?!!"
"..."
"모, 모델이랑 사귀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사귀어 본적 있어요?"
"아뇨."
바로 스티브는 시무룩하게 풀이 죽었다. 어휴 정말. 로키는 한숨을 쉬었다. 사실, 로키는 스티브에게 호감이 있었다. - 더 말할 것도 없이 스티브는 남녀 정체성조차 넘어선 자신의 이상형이었다. 외모도 성격도 마음에 든다. 문제는 정말 지나치게 들이댄다는 것. 
연애에 서툰 정도가 아니라 엉망 진창이다. 그렇지만, 욕심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아름다운 남자다. 접해본 바로 그의 영혼은 더 아름다웠다.  
로키는 주저하다가,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당신은 완벽하진 않지만, 매력적이에요. 사귈까 고민한 적도 있고.. 지금도 탐나는 건 사실이에요."
한참을 침묵하다가, 스티브는 할말이 있어, 라며 손에 깍지를 끼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로키는 ... 이 타이밍은, 고백일까. 하고 포크를 내려놓고 스티브에게 집중했다.
"저 사실 고아에요."
...이게 무슨?
"부모님이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학자금 대출로 대학을 다녀야 했기 때문에 지금은 가난해요. 앞으로 좋은 직장을 가지는게 좋겠지만 사실 사회활동쪽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그쪽은 아마 수입이 불안정 할것 같아요. 그리고 전 소심하고 낯을 가려서 친구가 많은 편도 아니에요. 고집도 세고.. 그리고 연애경험도 별로 없어서 둔하다고 자주 차이는 편이에요." 
"네.."
"전 거짓말을 싫어하거든요."

로키는 멍하니 스티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거짓말은 나쁘지만, 사귀지도 않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솔직한거 아냐?  패닉에 빠진 로키의 손을 잡고, 스티븐 별이 반짝이는 듯한 얼굴로 간절하게 속삭였다.

"로키씨, 저랑 사귀어 주실래요?  
"아뇨."

그날 이후 로키는 두 번 다시 스티브에게 만나자고 하지 않았다. 

학기가 끝났다. 로키는 인터넷으로 가장 궁금했던 말레키스 교수의 강의점수를 확인했다. -  A+ 등급. 이번 학기의 최고 시련이었던 과제 점수에서 거의 완벽한 찬사를 받았던 것이 역시 컸다.
게다가, 말레키스 교수는 로키에게 친히 이번 작품은 최고였다, 혹시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소개해도 괜찮느냐는 메일을 보냈다. 로키는 당연하죠! 라는 요지의 답변 메일을 보냈다. 간만에 메일함에 들어왔더니 스팸과 광고 메일이 산더미였다. 로키는 메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때, 익숙한 이름의 남자가 보낸 메일이 보였다. 발신인은 자신의 스토커씨. 내용만 보고 바로 지우려 했는데 첨부파일이 보였다. 

"아. 내가 보내달라고 했었던 그림.."

처음 스티브가 모델을 섰을때, 스티브는 쑥스럽게 웃으며 자신도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보고싶으니 보내달라고 했는데, 자신이 너무 늦게 확인한 것이다.
첨부파일을 열자 체대생의 실력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데생 수준이 높았기에 로키는 깜짝 놀랐다. 모두 연필화였는데, 주제는 다양했다. 겨울나무. 산새. 달리는 늑대. 포옹하는 연인. 시계탑. 구름. 하늘. 벽돌. 빗물. 
한장 한장 서툴지만 성실하게 그려냈다. 착한 남자라서 그런 걸까, 그림도 맑고 투명한 것 같았다. 대부분은 풍경화나 소묘가 많았지만, 뒷부분은 인물화였다.

"...."

모델은 전부 자기 자신이었다.




토니는 최근 살이 빠진 스티브를 데리고 각종 클럽을 순회중이었다. 한달 전 바보같은 체리보이가 이때까지 자신의 충고를 어떻게 응용했는지 듣고 기함을 했다. 하지만 이미 그 사슴같은 남자와 이 체리보이의 플래그는 희망이 없었다.
"스티브! 잘 들어. 저 아가씨들에게 한잔씩 보내는거야. 도수가 높으면 안되고, 달콤한 종류가 좋아. 아, 작업은 내가 할테니, 절대 넌 말하지 말고 내가 말하는걸 배워."
"아니..난..."
"쉿. 간다."

 토니는 익숙하게 바텐더에게 귓속말을 건냈다. 스티브는 현란한 조명과 음악소리 때문에, 자신의 핸드폰이 울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Posted by Karin(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