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14. 18:24

도검온에  코기미카 AU 소설이 재판됩니다.


존재하지 않는 신을 믿는 독실한 신부 미카즈키를  실제 신인 코기츠네가 여러모로 예뻐해주는(...) 내용입니다.

귀접 묘사가 나옵니다.




24페이지  4000원 표지 전체금박 

전프레 지난 소설의  컬러표지.









신부

 

이 세상에는 신이 없다.

아니다. 사실 이 세상에는 신이 있다.

 

인간도 동물도 귀신도 아닌 [그들]은 있었다. 때론 우스워서, 때론 가여워 세상의 것을 보듬어 살피니 어느새 그들이 신으로 불리고 있었다. 작은 장난질과 상상할 수 없는 권능으로 세계에 간섭했지만 사실 그들은 막연한 책임감과 희박한 애정으로 저 빨리 죽는 아랫것들의 변덕에 어울려 줄 뿐이었다.

 

인간들은 그들을 신으로 불렀다. 그들의 이야기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짜맞추고 다른 이의 상상을 훔쳐다 덧씌우기도 했다. 오랜 노력이 우연히 힘을 얻어 한 종교가 역사가 되었다. 그들은 어린 아이들을 차출하여 그 아이의 일생을 신에게 바쳤는데, 그 아이의 가족과 연을 끊게 했으며 그 아이가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것 또한 금지하여 평생 신에게 올릴 제사와 신도들의 교육에 헌신케 하였다. 그들을 신의 신부라고 불렀다.

 

(생략)


새벽 다섯시.

미카즈키는 눈을 떴다. 예배당의 하루는 빠르다. 몸가짐을 정결히하고 기도실에 도착하자, 이미 50여의 사람이 무릎을 꿇고 통곡을 하며 울고 있었다. 그 우는 청년들은 상대가 소리를 지르며 신을 외치자 자신의 신앙이 더 열악하게 보일까 발악하듯 더욱 소리를 높여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미카즈키는 차분하게 그들의 속으로 섞여 들어가, 조심스레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을 감은 후 두 손을 가슴 위로 모았다.

 

"신이여 이곳에 임하소서. 대저 저희를 구하옵소서. "

 

세계는 언제나 처럼 혼란스럽다. 인간은 공평한 존재가 아니며, 각지에선 전쟁이 일어나고 오랜 종교는 겉으로 보이는 것들이 화려해질 뿐 그 안은 마치 텅 빈 강냉이와 같았다. 신은 이 세상을 정의로 심판하고 사랑으로 구원한다고 들었는데, 미카즈키는 생의 아주 찰나의 순간 외에는 도저히 신의 손길을 느낄 수가 없었다. 모든 신부들이 소리높여 주장하는 것처럼 인간들이 신의 부름을 무시하고 제 멋대로 행동하여 이렇게 고통스러워진 걸까? 자신이 이 괴로운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기도였다. 미카즈키가 신에게 자신을 바친지 10년째. 믿음은 아무런 조건없이 믿어야 진실이라는데 미카즈키의 신앙이 흔들려서 일까, 남들이 성령을 받았다느니 신에게 응답을 받았다느니 하여 교회에서 수많은 기쁨이 있을 때 미카즈키는 단 한번도 신에게 선택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신부가 신을 부정하겠는가? 의심하겠는가?

아마도 미카즈키의 노력이 신에게는 가당치 않게 보였음에 분명하다.

미카즈키는 무릎을 꿇고 계속 기도하였다.

 

(생략)

 

"신이여 이곳에 임하소서! 대저 저희를 구하옵소서!!"

미카즈키 또한 전신을 떨며 오열하며 외치고 외쳤다. 그렇다. 기도하는 이들은 미친게 아니다. 그들 모두 대답하지 않는 신, 인류의 역사상 단 한번도 책 이외의 곳에서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그 신의 그림자에 갈급하여 제 정신을 잠시 놓아버리고 소리높여 그를 구할 뿐이다.

'사실 그 사람을 죽인건 저에요. 이곳에서 말한 것은 말할 수 없는게 신부님 맞죠? 아아, 한번 시작하니 멈출 수 없어요. 다음엔 다른 사람도 죽여보려구요.', '저 신부님이 저를 불러 음탕한 일을 시켰어요.', '그냥 내일 죽으려구요.', '왜 저에게만 이런일이 일어나죠?', '왜 이렇게 고통스럽죠?', '어떻게.. 신부님, 신이 있다면 이럴 수는 없어요.', '신부님.....신은 있나요?'

. 있어요. 왜냐하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가여워서, 모두가 가여워서. 제 자신이 견딜수가 없으니까.

 


 

인간의 기도와 염원은 그 대부분이 의미없는 신기루처럼 허공에 흩어지지만, 아주 적은 일부가 하늘에 닿고는 했다. 신 중 하나가 다른 신에게 나른하게 기대며 인간들의 아우성을 지켜보았다.

- 오늘도 아이들은 소란스럽다.

- 헛되도다. 그들이 믿는 자는 없다. 우리가 증인이다.

- 우리 중 하나가 장난질을 하면 그것에 제 상상을 붙여 마음대로 존재를 만들어 섬긴다.

- 몇은 신을 만났다고 거짓을 고하고, 누구는 제 자신이 신이라 하기도 한다. 정말 헛된 족속들 이로다.

 

그때 흰 머리카락의 신이 슬며시 일어났다. 신들 사이에 코기츠네라고 불리는 그는 제법 인간들에게 다정한 성품이기도 하여 동방의 어떤 나라에선 여우신으로 섬겨지기도 하였다.


- 코기츠네여, 무엇을 보고 있는가.

- 한 아이가 신을 찾으며 울고 있습니다. 진짜 그들이 말하는 신이 없는 한, 제가 신이니.


여우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 신으로서 인간의 소원을 들어줘야겠지요.



 

 (생략)



"...!“

 

등줄기가 삐쭉 섰다. 이 방 안에는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 뒷목을 축축한 것으로 핥아올리는 느낌이 들었다. 설마 벌레인가, 뒤를 돌아 손으로 재빨리 목을 감쌌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다. 어쩐지 덥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랫배가 뭉근하게 당기는 느낌을 안다. 미카즈키가 남성으로 태어나 가끔 겪는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역시 제 수련이 부족하여 신이 응답하지 않은 것이 틀림 없다. 성감을 무시하며 미카즈키는 성서를 폈다. 그러나 오늘따라 이상하게도, 마치 바지의 천이 제 성기를 애무하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척추의 선을 따라 간지러운 느낌이 올라와 도저히 글씨를 읽을 수가 없었다. 타락한걸까.

 

미카즈키는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채 주먹이 하얗게 될 때까지 손을 세게 주었다. 욕망에 넘어갈 수 없다. 수음하지 않겠다. 하지만 차츰 미카즈키의 몸이 앞으로 넘어지기 시작했다.

 

"...우윽...."

 

귀 안으로 공기가 스며든다. 등의 땀이 미카즈키를 끝없이 애무하며 몰아붙이고, 미카즈키의 하의가 달래듯 미카즈키의 성기를 아주 부드럽게 애무하는듯 했다. 무엇인가 이상해서 미카즈키는 서둘러 목욕탕으로 달려가, 얼굴을 씼었다. 차가운 물에 몇번이고 얼굴을 담그자, 약간이나마 성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니 눈물에 가득 젖고 머리카락이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진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정갈하고 엄숙한 신부의 권위는 아무데에도 없었다. 제 육욕에 치를 떨며 미카즈키는 잠자리에 들었다. 누군가 옆에서 웃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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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arin(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