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6. 17:47

코기미카

코기> 미카 입니다. 거진 천년의 짝사랑..

입덕시 미카즈키가 형이라고 알고 있는데다 미카즈키가 존댓말을 사용하고 코기가 반말을 사용하는게 영 어색해서 걍 미카즈키가 먼저 태어난 것으로 설정을 바꾸었습니다.

 

 

 





 

 

 

 처음 태어나 미카즈키를 만난 순간, 코기츠네마루는 어쩐지 이 신과 자신은 깊은 연으로 묶이지 않을까 직감했더랬다.

수많은 반딧불이가 타닥타닥 춤을 추던 그 밤, 미카즈키라던 형님은 아직 작은 여우신을 위해 고개를 숙여 헤사히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예쁜 머릿결이구나. 만져봐도 좋으련?'


 코기츠네마루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자 미카즈키는 아이의 머리에 조심스레 손을 얹었다. 첫 만남인지라 아직 붙은 정이 없는 데도 이 형님은 무엇이 그리도 기쁜지, 여우 검의 머리를 매만지며 다정한 눈길을 보내었다. 갓 태어난 칼은 천하미인에 홀려 시선을 돌리지도 못한채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어쩐지 코기츠네마루는 손바닥이 축축히 젖어들어간다고 느꼈다. 그렇게 죄없는 제 손만 꼼지락거리며 코기츠네는, 미카즈키의 손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머리카락을 가만히 두고만 있었다.


 

 

 백년이 흘렀다. 이백년이 흘렀다.

코기츠네마루는 제법 쓸만해져서 주인을 만족시키는 훌륭한 검이되었다. 코기츠네마루가 미카즈키의 가슴께 오기 전부터, 미카즈키는 수시로 코기츠네마루를 제 무릎위에 올려서 등을 다독이며 재우기도 했다. 애 버릇 잘못 들인다고 이시키리마루가 나즉하게 말하면,  코기츠네마루는 혹시 미카즈키가 그 말에 제 몸을 물릴까봐 미카즈키의 가슴팍에 더더욱 고개를 파묻곤 하였다.

 

 

 

코기츠네마루의 키가 미카즈키와 호등해 지면서 부터 도리어 코기츠네마루는 미카즈키의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지 못하게 되었다.

미카즈키의 눈이 너무 예뻐 시선을 코로 돌리면 곧바로 입술이 눈에 들어오고, 그게 곤란해 귀로 시선을 돌리면 살랑이는 머리카락에 손을 대고 싶어 곤란해진다. 아우여, 왜 그러느냐고 이 태평한 미인이 고개를 갸웃이면, 암만 이제는 능숙해진 코기츠네마루라도 말을 얼머부리며 괜히 화재를 다른 곳으로 돌리곤 하였다.


 미카즈키는 가끔 자신앞에서 허둥대는 코기츠네마루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릴 때도 있었지만, 코기츠네가 상황을 넘기기 위해 웃음으로 넘기거나 말을 꼬는 장난을 치면 곧 상황에 물들어 잊고는 했다. 그 천진난만함조차 사랑스러워 코기츠네마루는 쓰게 웃기도 했고, 안타까움에 한숨짓기도 하였다. 신이란 초월자가 아니었던가. 어째 코기츠네는 검으로 완성될수록 외려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다. 

아. 당신은 달의 검이니 달에게 빌어볼까.

여우에게 하늘에 오를 기회를 주오.

내 호꾹 호꾹 울며 산발을 하고 이 밤에 춤을 추외다.

이 광대 놀음을 가엾이 여겨 저 형의 마음 한칸을 내게 주오.


헛헛하며 코기츠네마루는 웃었다. 인간과 오래 지내다 보니 사람의 감정이 옮는듯 하였다. 혹은 제 태생이 따스한 짐승의 혼이었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인간들이 노래하는 사랑이 이런 것이 아닐까. 그것 참 뿌듯하기도, 서럽기도, 기쁘기도 한 감정이었다. 무척이나 곤란한데 없애고 싶지는 않은 모순적인 감정이었다. - 더욱 코기츠네마루를 괴롭게 하는건, 자신의 무릎을 베고 제 허벅지에 따끈한 숨을 내쉬며 자고 있는 바로 무방비한 형님이었다.

 



눈치는 주변이 더 빨리 채었다. 하기사 살아온 연식이 얼마던가. 괜히 산죠들이 코기츠네마루를 툭툭 치며 처음에는 비웃음, 나중에는 동정하며 어찌 자리라도 마련해줄까 물었다. 코기츠네마루는 웃었다.

  

 물건에 긷든 것도 신.

이름을 얻었기에 설령 검인 본체가 사라져도 인간들이 필요하여 부르는한 그들은 영원히 존재한다.

사랑의 속성이 무엇인가. 결국 상대를 갈구하는 마음에 그의 일부를 구속함이 아닌가. 


정말로 은애한다면 무엇이 상대를 가장 아끼는 길인가. 산죠의 이름아래 묶인 형제의 의를 끊어어야 할까? 이 긴 세월 그 누구도 미카즈키를 성애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는데 마치 인간의 부부처럼 연을 맺고 싶다 하여 그의 자존심에 타격을 주어야 하는가? 그래서 코기츠네마루는 여우의 웃음을 짓는다. 상사로 위장이 끓어 계속 미카즈키가 원하는 대로 어울린다.

본체가 쇠인 것은 이리하여 좋다. 제 본채에 정말로 수컷의 심장이 있었다면 이미 몇 백년 전에 단장(斷腸)되었을 것이다.

 

   

- 코기츠네야.

 


아. 다시 당신이 부른다. 우리가 인간으로 만났으면 어땠을까. 그럼 내가 한번은 술에 취한 척 내 반려가 되어주겠냐고 고백했을까. 그때도 형제의 의를 지키며 이 마음을 삭였을까. 그러나 사랑하는 이의 부름은 고통이자 영광이다. 코기츠네마루 또한 미카즈키의 부름에 화답하여, 미카즈키가 내민 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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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arin(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