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짓은 한번도 바라반의 머리카락을 만져 보지 못했다. 어릴 적에는 손이 닿지 않았기 때문에, 커서는 닿을 수 있는 것과 잡아도 되는 것의 차이를 깨달았기 때문에.
하지만 드물게 그런 기회가 찾아올 때가 있었다. 그 나이 또래답게 가끔 바야짓이 눈물을 보이는 때가 있었는데, 가끔은 바라반이 힘들이잖고 동생을 업어드는 것으로 제 성장을 확인하기도 했다. 너는 어째 업을 때마다 가벼워지는 거냐. 형님이 힘이 세어지셔서 그렇습니다. 성큼성큼 걷는 바라반의 등에서 바야짓은 복도가 더 길어졌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어쨌거나 바라반에게 업힌 어린 바야짓은, 매번 손을 꿈지럭거리며 형의 그 붉은 머리칼을 만져보고 싶어서 어쩔 줄을 몰랐다. 하지만 결국 바야짓은 용기를 내지 못했다. 바야짓이 만약 바라반을 안아들었다면 동생이 매혹당한 표정으로 제 머리칼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았을 거고, 그럼 순순히는 아니겠지만, 짖궂은 말들(바라반에게는 장난에 속하는)로 동생을 울리기 직전까지 갈지는 몰라도 결국 그 머리칼을 바야짓의 손아귀에 넣어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없어 바라반은 눈치채지 못했고, 바야짓은 한번도 제 형의 머리칼을 잡을 수 없었다.
그의 머리카락이 너무 붉어 손이 닿는 순간 타오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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