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이그재비어는 의사가 내민 종이를 한참 동안이나 인상을 구긴 상태로 내려다 보았다. 열번을 보고 스무번을 보아도 결과가 바뀌지 않았다. Result : Omega(Recessive)
오메가라니. 찰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담당의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찰스를 바라보았다.
"자비에씨, 무언가 잘못 되었습니까?"
"전 제가 열성 알파라던가, 하다못해 베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네, 제가 자비에 씨와 상담을 했을 때 자비에 씨가 이성 관계에 있어 언제나 주도적인 역할이시고, 동성간 성관계에서도 100% 삽입하는 역할만 하셨다 들었을 때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찰스씨의 유전자와 혈액, 체향 검사 결과는 모두 동일하게 열성 오메가로 나타났습니다."
"20대 중반에도 발현하지 않는 오메가라니,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보통 오메가와 알파의 발현은 이르면 10세 때, 늦어도 15세에서 16세를 넘기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찰스는 자신이 안았던 오메가 남성들을 떠올려 보았다. 오메가 남성들은 히트 싸이클이 도달하면 누군가가 삽입하기를 격렬하게 바라며, 그들의 애널은 대량의 윤활액을 분비하여 여성의 질과 거의 흡사한 정도가 된다. 그런 신체적 반응이 일어났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학계에는 30대에 발현하는 경우도 드문드문 보고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말 드문 케이스지만, 체질이 변하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찰스씨는 후자일 가능성도 있겠군요."
"알파가 오메가로 체질이 변하는 케이스도 있습니까?"
"그런 사례는 전혀 없습니다. 베타가 알파, 혹은 오메가로 발현되는 사례만 있었습니다."
"어쨌건 제가 오메가인 것은 분명하단 건가요?"
"네."
찰스는 평소 자신의 정력과 섹스 테크닉에 상당한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을 열성 알파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히트사이클이 온 오메가를 앞에 두고도 자신은 평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극적인 상황이라 생리적으론 흥분 되었지만, 다른 알파들 처럼 오메가들에 체향으로 인해 이성을 놓을 때까지 매료됬던 적은 없었다. 그 때문에 자신이 베타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알파라면 동성과 결혼해도 아이를 가질 수 있으니 큰 문제가 되지 않고, 베타라면 여성과만 짝을 지어야 하니 그 문제 때문에 검사를 받았던 것인데 결과는 어쨌건 동성과 결혼해도 아이는 가질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단, 자신이 임신을 해서 출산하는 쪽으로.
끔찍하다. 찰스는 기운없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결혼은 반드시 여자랑만 해야겠다. 오메가 남성을 차별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임신이라니, 절대 무리다.
"제가 알파가 아니라 하더라도, 왜 베타가 아닌건지 이해할 수 없군요."
"찰스씨. 찰스씨는 상대방이 알파인지 오메가인지 알 수 있다고 하셨잖습니까?"
"네."
"당신의 성질에 관한 가장 중요한 힌트가 그것입니다. 찰스씨."
의사는 흠,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조용하게 말했다.
"베타는 오메가나 알파의 체향을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찰스는 그날 그대로 클럽으로 향했다. 남자를 안는 건 오늘까지만이다. 혹시 발현할 지도 모르니까 평생 억제제를 복용해야 할 수는 있겠지만, 오메가 남성도 충분히 여자를 임신시킬 수 있으니 미래엔 여자랑 결혼해야지. 하지만 그 결심도 하루 이틀이었다. 찰스는 클럽에서 처음으로 오메가가 아닌 베타 남성을 만나 침대로 직행했다. 정말 애석하게도 자신은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좀 더 끌리는 사람이었다. 원래가 쾌락에 약한 편이라, 오늘만. 이번주 까지만. 한 달만 이라며 찰스는 게이 클럽을 끊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다. 찰스는 최근 자신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나친 밤놀이 탓인지 미열이 있었다. 식은땀이 등과 하반신에 고였고, 몸에는 힘이 빠졌다.
오늘은 클럽에 가지 말까 고민했지만, 최근 성욕이 늘었는지 자제하기 힘들었다. 오늘만 놀고, 몸살이라도 나면 좀 끊자. 찰스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짙은 코트를 걸치고, 조용한 장소를 찾아갔다.
오늘 고른 가게는 고급스러운 느낌이 드는 와인바였다. 젊고 활기찬 사람은 오지 않지만, 조용하고 어른스러운 상대를 고르기엔 최적의 장소다. 조용히 흐르는 음악이 기분 좋다. 가게의 손님들이 억누르려 하지만 숨기지 못하는 알파와 오메가의 체향조차 달콤했다. 적당히 마티니를 시키고 가게안을 돌아 보았을 때 테이블에 앉아있는 미남이 한 눈에 들어왔다.
맙소사. 그 사람 만이 선명한 컬러로 보였다. 찰스는 미남에게 눈을 떼지 않은채 주문했던 술잔을 받아들였다. 일행이 있나? 제발 없기를. 왜 바가 아니라 테이블에 앉아 있을까?
그 남자의 주변만이 고요했다. 그 주변의 공기만 맑았다. 너무 선명하게 보여서 도리어 흐릿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검은 목 폴라티에 진회색 아우터. 수수한 취향조차 마음에 들었다. 하긴 저 남자가 극락조처럼 화려하게 입고 왔다고 해도 자신은 마음에 들었겠지. 남자는 깍지를 낀 손으로 턱을 바치고, 눈을 감고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피곤한걸까? 말을 걸어도 될까? 민은 의미가 없었다. 이미 찰스는 그 남자에게 홀린 듯이 다가가고 있었다. 마치 몸이 이끌리는 것 같았다. 알파와 오메가 사이엔 각인이 있다지. 이게 그런 걸까?
"실례하지만."
찰스는 그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자신의 적극성이 이 순간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그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신을 쳐다보았다. 이 쪽을 경계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가까이서 보니 더 완벽하게 생겼다. 키가 크다. 알파일까? 하지만 알파 특유의 강압적인 페로몬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메가이길 바랬지만 그런 달달한 향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기분좋은 시원한 향만 느낄 수 있었다. 이건 페로몬이라기 보단 향수다. 찰스는 그 남자를 베타로 결론내리고 더 적극적으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일행이 있으신가요? 합석해도 괜찮을까요?"
"혼자 왔습니다. 앉으셔도 괜찮습니다."
"제 이름은 찰스 자비에입니다, 아, 진짜 이름이구요."
"에릭 랜셔라고 합니다."
그 뒤의 대화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 남자에게 정신까지 매혹되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대화를 나눴던 것은 기억할 수 있었다. 그는 말수가 많지 않았지만, 사람의 눈을 맞추고 경청하는 매너가 매우 훌륭했다. 찰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마음에 들었다.
가게를 나올 땐 서로의 입술이 엉겨붙어 있었다. 동성간 섹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Top과 Bottom, 그리고 취향이다. Steady 관계보다 원나잇이 압도적으로 많은 세계이기에 그것을 명확히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에티켓이다. 찰스는 분명히 자신은 안는 쪽이라고 선을 그었고, 에릭은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오메가 남성을 주로 안아왔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성적 기호도 합의되었다. 찰스는 남자답게 에릭을 유혹했다.
"에릭, 호텔에 가자. 네가 맘에 들어."
"알았어, 알았다고.."
"제발, 너랑 자고 싶어 죽겠어."
"너 교수라고 하지 않았어?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니 자중해야지."
"넌 흥분되지 않아?"
찰스는 확신했다. 에릭 또한 자신에게 매료된게 분명하다. 에릭은 대화 내내 단 한번도 찰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고, 처음에 무뚝뚝하게 아래로 쳐져있던 입은 이제 만면에 미소가 가득해 어금니까지 보일 정도였다. 에릭은 폭소하며 찰스에게 다시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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